오늘 아이락스(i-rocks) KR-6170 키보드와 아이락스 알렙 마우스의 A/S를 받기 위해 용산에 다녀왔습니다. 키보드는 올해 1월에 샀는데 왼쪽 쉬프트키가 갑자기 고장이 났고, 마우스는 올해 여름에 샀는데 오른쪽 버튼이 열번에 한번(물론 체감상;) 꼴로 씹히는 문제가 생겼거든요. 갑자기 왼쪽 쉬프트키 하나만 작동이 안 되는 것도 이상하지만, 마우스는 왼쪽 버튼을 훨씬 많이 쓰는데 오른쪽 버튼의 감도가 떨어지다니 그것도 참 이상했습니다-_-
고객센터는 예상 외로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아이락스 정도면 꽤나 잘 나가는 기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전형적인(?) 용산 중고샵 분위기였습니다. 직원이 두 분 계셨는데 방문객이 저 혼자여서 뻘쭘하기도 했죠. 며칠 전에 전화 통화를 하긴 했지만 기억하시진 못하는 듯했습니다(전 업체 방문 전에 반드시 전화를 먼저 하는 편입니다). 기사분이 상당히 무뚝뚝하길래 오히려 제가 좀 아양(?)을 떨고 했습니다. 사실 아무리 쾌활한 사람이라도 용산에서 1년만 일하면 무뚝뚝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해봤으니까요. 어쨌든 문제 확인이 끝난 후에 바로 키보드와 마우스 둘 다 새제품으로 교체해주더군요. 원인을 물어봤지만 예상대로 시원스런 답변은 없었습니다. 가전제품, 특히 PC 부품은 고장원인을 바로 알아내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저야 새제품을 받았으니 좋아라 하며 용산을 나왔습니다.
501번 버스 안에서 전부터 해왔던 생각이 커져갔습니다. 사람들은 대체 왜 용산의 A/S가 불친절하다고 난리를 치는 걸까요? 혹은 왜 고객센터 상담원이 자기 말을 도무지 못 알아듣는다고 열불을 내는 걸까요? 다나와 상품 의견란을 도배해놓는 사람들에서 시작해, 소위 파워블로거라 불리는 사람을 포함한 많은 블로거들이 용산 혹은 다른 판매업체의 A/S 및 C/S가 '개념없다'고 성토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육칠년 전의 얘기라면 충분히 수긍할 만한 지적들입니다. 용산의 이미지 자체가 좋지 않았고, 비단 용산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의 A/S, C/S 행태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으니까요(좀더 돌아가면 96년에 시골에서 삼성 PC A/S 기사를 부른 적이 있었는데 정말 불쾌했던 기억이 아직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중소기업이라도 A/S와 C/S에 철저한 투자를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휴대폰을 들고 114를 눌러보면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친절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물론 '노력'은 '노력'일 뿐, 100% 현실이 되지는 않습니다. 기업의 재정상 혹은 직원 개개인의 자질상 불친절하고 '개념없는' 기사나 상담원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전부는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기사와 상담원들이 고객 만족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자신이 경험한 몇몇 사례로 대다수의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매도하는 걸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00년부터 서울에 살면서 용산을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CPU만 빼고 PC의 모든 하드웨어를 적어도 한번은 A/S 받아봤습니다(랜카드나 사운드카드는 뺍시다-_-). 사실 CPU가 이상이 있는 듯싶어 인텔 고객센터에 전화했더니 국내에서는 수리가 안 된다길래 A/S 안 받겠다고 한 적도 있군요. 7년 동안 A/S 기간이 지나거나 사용자 과실로 유상처리 받거나, A/S 기간은 안 지났는데 동일 제품이 단종되어 상위 제품으로 무상처리 받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비교적 자주 A/S를 받아봤습니다. 이사 혹은 인터넷 속도 문제로 초고속 인터넷 업체에 전화하거나 기사 방문 받은 적도 십수번 되고, 휴대폰 요금 등 문의로 이동통신사에 전화도 수십통 해봤고 기기 문제로 휴대폰 제조업체 고객센터도 여러번 방문해봤습니다. PC 외 가전업체, 대형 서점, 음반 쇼핑몰, 의류 쇼핑몰, 보험회사, 치과 등 병원, 버스 터미널, 영화제 사무실 등등 살다 보면 누구나 전화 한번쯤 해봤을 법한 곳들과도 수십 차례 통화를 나눠봤습니다. 하지만 7년간 제가 접한 이런 수많은 경험들 속에 불친절하거나 '개념없이' 굴었던 상담원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공공기관 혹은 공무원들은 상품을 팔아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므로 논외로 하겠습니다).
가끔 자기 업체 업무를 숙지하지 못했거나, 혹은 (드물게 악질업체의 경우) 되레 고객을 설득하려 드는-_- 상담원도 있긴 합니다. 이럴 경우 제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죠. 원칙적으로 그런 상담원은 짤려야 마땅-_-하겠으나, 그렇다고 그 상담원한테 화를 내거나 욕을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왜 상담원을 욕합니까? 욕을 하려거든 그 상사를, 혹은 그 업체 사장을 욕해야죠. 말단 직원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쥐꼬리만한 월급 받으며 종일 전화기만 붙잡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요. 저도 휴대폰 소액결제 사기를 당한 적이 있어 해당 업체에 전화하니 상담원이 동문서답하길래 상사 바꿔달라고 으름장을 놓아 환불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원한테 화를 내진 않았죠. 그래봤자 아무 소용도 없으니까요.
SKT 고객센터에서 일했던 친구 K양이 해준 얘기로는 건물의 한 층 전체가 상담실이고 100명이 넘는 상담원이 일하지만 그래도 통화량을 감당 못할 정도라고 합니다. 종일 의자에 앉아 전화만 받는 일이다 보니 후두염으로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더군요. 용산에서 일하는 기사분들도 그렇지만, 저쪽의 입장을 좀더 생각한다면 서로 짜증낼 일이 훨씬 줄어들 겁니다(다른 얘기지만, 저 역시 상담원으로서는 아니지만 하나로통신 고객센터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한달 동안 상담원이 언성을 높여 고객과 싸우는 모습은 딱 한번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소위 '진상 고객'과 소위 '다소 다혈질(-_-?) 상담원'간의 통화였기에 일어난 일이랄까요).
어쩌면 제가 서울에 살기 때문에 업체에 직접 방문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점은 인정하겠습니다. 지방에서 고작 키보드나 마우스 A/S 때문에 서울까지 올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전화상으로 A/S 접수를 하고 택배로 물품을 부치고 하다 보면 서로 사소한 부분에서 오해가 생기거나 짜증이 날 여지도 크겠죠. 하지만 흔히들 '모니터 너머에도 사람이 있다'고 말하듯, 전화기 너머에도 사람은 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라지만 하루종일 전화기만 붙들고 있어야 하는 상담원들, 그리고 하루종일 전자 회로나 들여다보는 A/S 기사들 혹은 전신주를 넘나들며 인터넷선 끌어오는 인터넷 업체 기사들도 '사람'입니다.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그 '사람'들의 입장도 배려해주는 여유를 좀 가져보면 어떨까요.
사람과 사람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다 보면 갈등은 의외로 싱거울 정도로 금방 사라집니다. 전화로도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도 있죠.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내가 먼저 웃으면서 친절하게 나서면, 짤리려고 작정한-_- 직원이 아닌 이상 어떠한 기사나 상담원도 인상쓰고 고자세로 나오진 않습니다. 이것은 제 경험상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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