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허 아주 너털웃음이 나오는 캡쳐 프로그램이 있다. 이름부터 멋진 캡순이(새창)란 녀석이다. 일단 설치는 했는데, 바로 충격의 연속!
설치 화면
설치 화면부터 간지가 줄줄 흘러넘친다. 등록정보를 보니 2004년 버전의 Setup Factory라는 엔진으로 제작된 인스톨러인 듯한데 보다시피
뉴요커 뺨치는 번역체를 뽐낸다. 설치는 지금 충분한 정보로 캡순이 화면캡춰를 현재 컴퓨터에 설치할 수 있습니다,라니... 이때 캡순이의 수준을 눈치챘어야만 했다. 다음, 정말 중요한 문제는 설치 폴더를 지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것도 통상적인 c:\program files도
아닌 c: 루트에 직접 폴더를 만들고 설치를 해버린다는 사실. program files 폴더 밑에서도 용도에 따라 폴더 관리를 하는 나
같은 유저로선 정말 싫은 부분이다.
설치를 취소하려고 하면?
망설이며 설치를 취소하려다가 한번 뻥 터졌다. 설치가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정말로 설치를 중지하시겠습니까? ㅎㄷㄷ... 설치 취소하면 무슨 전쟁이라도 터지나요-_-?
로딩 화면
어쨌든 설치는 그냥 했고, 바로 실행을 해봤다. 근데 무슨 캡쳐 프로그램이 한번 뜨는 데 펜티엄 2에서 실행한 포토샵만큼 시간이 걸리나요? 로딩 속도는 그야말로 안습이었다. 실행파일 Capsun.exe은 4메가인데 대체 시작하기 전에 내부에서 무슨짓을 하고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파일관리 메뉴
긴 인고의 시간 끝에 실행된 모습. 일단 메뉴를 훑어봤다. 그리고 듣도 보도 못한 단축키들 앞에서 또한번 절망... 업무 관련 프로그램 단축키 외우기도 바쁜 판에 캡쳐 프로그램 단축키까지 외워야 하나... 만국공통의 법칙인 파일 저장 = ctrl+S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이 통째로 뒤엎어지는 순간이었다.
프로그램 종료가 왜 여기에-_-
종료 = alt+F4라는 윈도우 유저들의 고정관념 또한 확실하게 부숴주는 센스. 종료 기능이 파일 관련 메뉴가 아닌 프로그램 소개(about) 메뉴에 있다는 사실 또한 주목할 가치가 있다!
또한 '바로 종료'를 눌러도 캡순이는 결코 바로 종료하지 않는다. 무조건 바로 종료하시겠습니까?라는 강렬한 어투로 한번 더 물어오는 요 센스쟁이 캡순이. 이럴 거면 왜 '바로 종료'라고 합니까, 그냥 '종료'라고 하지.
프로그램을 막 시작한 화면의 왼쪽에는 굉장히 잡다한 메뉴들이 있었다. 무려 인터넷서핑이라니! 업무시간에 인터넷 서핑하면 혼나요~_~
일단 저장이라도 해보려는 찰나 (클릭하면 커집니다)
일단 뭔가 캡쳐를 하고 저장을 해보려고 했다. 사실 이쯤 되자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고 더이상 어떤 기능이 있는지는 눈꼽만큼도 궁금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랍쇼? png 포맷이 없네-_-? 파일 형식에서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살펴봤으나...
오로지 jpg 또는 bmp -_-
아하하... 없네-_-? 시대가 어느 시댄데... png 포맷을 지원 안한다. 즉 무손실로 저장하고 싶으면 무압축의 bmp로 저장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 한심해서 말도 안 나온다.
확장자는 무조건 jpg인 거다! (클릭하면 커집니다)
그래서 별 수 없이 bmp로 바꿔 일단 저장이라도 하려 했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파일 형식을 바꿔도 파일 이름의 확장자는 자동으로 바뀌지 않았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문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저장시 파일 이름란에 확장자가 표시되지 않게 만들어진다(파일 형식을 바꾸면 해당 확장자가 파일 이름에 자동으로 붙여지도록). 해봐서 알지만 개발자 입장에서 어렵지 않은 부분이다. 내가 사용하는 모든 프로그램들은 그렇게 되어있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의 PC에 깔린 대부분의 프로그램들 역시 마찬가지일 거다. ...하지만 캡순이는 다르다. 캡순이 킹왕짱.
저장을 눌렀는데 왜 또 물어보나요-_-
결국 수동으로 파일 이름의 .jpg를 지우고 .bmp로 바꾼 뒤에 저장을 눌렀다. 친절한 캡순이는 절대 그냥 저장하지도 않는다. 종료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캡순이는 언제나 한번 더 물어본다-_- 덮어쓰기 하는 것도 아니고 방금 캡쳐한 이미지를 파일로 저장하겠다는데 굳이 한번 더 물어볼 필요가 있을까? 사용자의 입장이 되어본 적 없는 개발자들이 만든 프로그램이란 이딴 식이다. 파일이 한두 개가 아닌 상황이라면 클릭 혹은 엔터 누르는 것도 일이다. (그리고 짜증이 나서 재차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저장할 때 버그가 있는 듯하다. 분명 '외부캡춰'로 한번을 캡쳐한 다음에 저장을 했는데, 이때 위와 같이 확인을 계속하며 시간명에 따라 저장이 계속 이루어졌다.)
우측에 길게 위치한 파일 탭들
또한 캡순이는 MDI 기반으로 여러 이미지를 탭 형식으로 관리할 수 있기는 하나... 탭들이 위 혹은 아래에 붙어있는 게 아니라 오른쪽 끝에 위와 같이 붙어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탭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글씨가 뒤집혀있기도 하고, 특히 와이드 모니터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가독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독창적이기는 하다. 아마 이 회사 사무실에는 와이드 모니터가 한 대도 없는 모양이다. (사실 이건 우리 사무실도 마찬가지지만-_-)
XnView에서 캡순이로 저장한 bmp 파일과 jpg 파일을 불러온 화면
끝으로, 캡순이에서 bmp로 저장을 하면 무조건! 32비트 bmp 파일로 저장되는데, 유독 XnView만 위와 같이 이 파일들을 제대로 표시하지 못했다(최신 버전으로 바꿨지만 똑같았다). 웹브라우저나 그림판, 포토샵, FastStone Image Viewer 등으로 보면 제대로 표시되므로 이는 아마도 XnView 자체의 문제인 듯 싶다(알파 채널 관련). 하지만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캡순이인 만큼, 어쩌면 캡순이의 저장 방식이 어딘가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_-
결론. 오픈캡쳐 또는 픽픽을 사용하자. 이들은 설치도 필요없을 뿐더러 실행 파일이 1메가도 안 된다. 또한 기본적으로 글로벌 단축키로 캡쳐를 하기 때문에 단축키만 익히면(이 또한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다) 캡순이처럼 창을 띄어놓고 클릭해가며 캡쳐하는 것보다 백만 배는 편리하다. 속도 또한 캡순이보다 한 삼만 배 빠르다.
끝으로 우리말 상식. capture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캡처'로 표기해야 맞다.
덧: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언인스톨 또한 깔끔하지 못하다. 그나마 레지스트리에 남는 정보는 없는 듯하다.